목욕탕

시골 목욕탕 부활 프로젝트, 실제 성공 사례 5가지

jaeney 2025. 6. 28. 16:18

 

불과 20년 전만 해도 시골 마을 곳곳에는 ‘공동 목욕탕’이 존재했다. 그곳은 단순히 몸을 씻는 장소가 아니라 마을 어르신들의 정보 교류의 장이었고, 공동체 정서를 형성하는 장소였다. 그러나 세면시설이 각 가정에 보급되고, 대형 찜질방과 스파가 도시에서 인기를 끌며 시골 목욕탕은 점점 문을 닫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5년 대비 2024년 기준 전국 읍·면 단위의 목욕업소 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처럼 시골 목욕탕은 사라지는 중이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이상한 움직임이 생겼다. 폐업했던 시골 목욕탕이 하나둘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 사회단체, 청년 창업가, 지자체가 힘을 모은 결과였다. 단순히 ‘다시 열었다’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목욕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복지+문화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골 목욕탕이 다시 살아나는 이유는 단순히 ‘추억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역 고령자의 생활 복지, 마을 커뮤니티 재건, 관광 요소 등 실용적 목적이 이 움직임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시골목욕탕

 

 

 

 

실제 성공 사례 ① 전남 구례군 ‘목욕탕 작은 문화관’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위치한 ‘OO목욕탕’은 10년 전 폐업 이후 방치돼 있었다. 그러나 2023년, 지역 주민 협의체가 중심이 되어 이 공간을 리모델링했다. 이들은 목욕탕의 원형 구조는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내부를 다목적 공간으로 개조했다. 욕조 자리에는 공연용 무대를 설치했고, 샤워장은 작은 북카페로 전환됐다. 이 공간은 주중에는 어르신 복지교육 장소로, 주말에는 마을 소모임이나 음악회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지자체는 해당 프로젝트에 총 3천만 원의 마을공동체 지원금을 지급했으며, 매달 최소 300명 이상의 주민이 이용하는 공간이 되었다. 구례군청 담당자는 “단순한 복원이 아닌 재해석이었다”며, “전통적 공간의 감성과 현대적 기능을 동시에 담았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전국적으로 ‘폐시설 재생’의 대표 모델로 소개되기도 했다.

 

실제 성공 사례 ②~④ 지역색을 담은 리모델링

 

경북 봉화군의 ‘봉화 사랑탕’은 청년 창업가 부부가 부친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폐업 목욕탕을 리모델링한 사례다. 이 부부는 ‘빈 공간이 가장 따뜻한 커뮤니티가 되도록’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목욕탕을 마을 주민의 회의 공간 + 어르신 생일잔치 장소 + 소규모 식당으로 변신시켰다. 재미있는 건 온탕을 그대로 남겨두고, 탕 안에 좌식 테이블을 설치해 마을 회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뜨거운 논의는 뜨거운 탕에서!”라는 농담도 나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

 

또한 강원도 인제군에서는 2024년 초 ‘온기터’라는 이름의 시골 목욕탕 부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지역 예술가, 청년 디자이너, 은퇴 공무원 등이 모여 만들어낸 이 공간은 목욕시설을 예술 전시 + 공동 작업실 + 명상룸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요한 물과 따뜻한 대화’를 모토로 한 이 프로젝트는 전국 청년 마을 활동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고, SNS에서도 활발히 공유됐다.

 

충청북도 보은군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오래된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해, 귀촌 희망자 대상 체험숙소 + 지역 민속 전시관으로 조성한 ‘보은 물향기 체험촌’은 월 1,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공간이 되었다. 목욕탕이 복합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한 이 사례들은 시골 자원의 가치가 단순 기능에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성공 사례 ⑤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전북 진안군의 한 마을. 이곳에서는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래된 목욕탕을 중심 공간으로 되살렸다. 건물 자체는 오래되어 내부 구조 변경이 어렵기에, 외벽에는 마을 역사와 어르신들의 이야기 벽화를 그려넣고, 내부는 지역 노인의 쉼터로 재구성했다. 목욕 시설은 간이 족욕 공간으로만 일부 유지했으며, 마을 고유의 ‘정(情)’ 문화를 되살리는 데 집중했다. 이 공간은 현재 매주 마을 해설사가 운영하는 ‘진안 마을 이야기 투어’ 코스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을 보면, 시골 목욕탕이 단순히 다시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복원’, ‘공간의 재해석’, ‘공공성 회복’이라는 사회적 가치까지 담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무엇보다도 이들 프로젝트는 거창한 예산이 아닌 지역민의 자발적인 의지, 소규모 리모델링, 커뮤니티 협력을 기반으로 움직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전국에는 수많은 유휴 시골 목욕탕 건물들이 존재한다. 이 공간들은 적절한 기획과 운영 방식을 통해, 지역의 문화재생 거점이자 따뜻한 만남의 장소로 거듭날 수 있다. 시골 목욕탕은 과거의 향수를 넘어,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