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시골 목욕탕 지붕에 숨어 있는 철강의 기술

jaeney 2025. 6. 30. 02:15

목욕탕

 

 

 

 

시골의 오래된 목욕탕을 올려다보면, 겉보기에는 단순한 슬레이트나 함석 지붕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대한민국의 농촌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생활 건축 기술과 철강 구조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지붕 부분은 내구성, 단열성, 유지 보수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당시 시골 목욕탕 건축자들은 단순히 ‘덮는 것’ 이상의 기술을 지붕에 담아냈다.

 

이 글에서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시골 목욕탕을 오랫동안 지켜낸 ‘지붕 속 철강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단지 낡은 철판으로 덮인 공간이 아니라, 오랜 시간 마을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주기 위한 기능적이고 인내심 있는 구조물이라는 사실을 함께 들여다보자.

 

시골 목욕탕 지붕 구조의 기초 – 철강 프레임

 

대부분의 시골 목욕탕 지붕은 외부에서 보기엔 단순한 철판 또는 슬레이트 지붕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 천장을 올려다보면, 그 지붕을 떠받치는 철강 프레임(경량철골 또는 C형강 트러스 구조)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1970~80년대 당시 농촌에 보급된 공공목욕탕은
콘크리트 벽체에 경량 철강 지붕구조를 얹는 방식으로 시공되었는데,
이 구조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 자재 구입 비용이 낮고, 운반이 쉬움
  • 땀과 증기가 많은 환경에서도 부식에 강한 아연도금 처리 강재를 사용
  • 시공이 단순하고 유지 보수가 용이함
  • 목재에 비해 열전달이 낮아 단열 효과를 높일 수 있음

즉, 지붕이라는 단순한 구조물에도 철강 기반의 ‘지지 시스템’이 적용된 것이다.
또한 이 철강 프레임은 굴뚝 설치, 천장 환기창 연결, 전등 배선 보호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함께 수행했다.

 

지붕에 숨겨진 단열과 방수 기술 – 철강의 물성 활용

 

시골 목욕탕 지붕에 쓰인 철강 기술 중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바로 단열과 방수 설계다.
당시 단열재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건축가나 철공사들은 철강의 물성을 이용해 지붕 아래에 공기층을 만들거나, 이중 구조로 증기 순환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특히 많이 사용된 구조는 다음과 같았다:

  • 이중 철판 구조: 외부 철판 아래에 얇은 내판을 덧대어 공기층 확보
  • 곡면 철판 활용: 눈과 비가 잘 흐르게 곡면 처리한 철판으로 지붕 누수 방지
  • 철골 틀과 지붕 사이에 공간 확보: 증기와 열기 상승 통로로 활용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목욕탕 내부의 습기와 고온을 제어하고, 지붕의 수명을 늘리는 역할까지 해냈다.
요즘 건축 기술자들이 보면 단순한 구조일지 모르지만,
당시 조건에서 철강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생활 기술’이자 서민 건축의 지혜였다.

 

유지·보수의 용이함 – 시골의 목욕탕 지붕이 오래가는 이유

 

시골 목욕탕의 지붕은 20~30년 넘게 특별한 리모델링 없이도 버티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철강 구조가 초기 설계 당시부터 유지·보수를 고려해서 설계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철판 고정 부위는 대부분 볼트 조립 방식으로 되어 있어
노후된 철판만 교체하거나, 누수 부위만 수리하는 방식으로 간단한 보수가 가능했다.
또한 지붕에 부착된 굴뚝, 환기구, 전등 고정용 파이프 등도 모두 철강재였기 때문에,
열과 습기에 강하고, 구조적으로 연동되는 연결 방식을 취했다.

 

특히 시골에서는 마을 대장장이 또는 철공소가 함께 보수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도시보다 빠르고 저렴한 수리가 가능했다.
그 결과, 목욕탕은 겉은 낡았어도 지붕은 여전히 튼튼하게 기능하는 상태로 유지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시골 목욕탕을 향수와 정서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향수 뒤에는 기술적으로 치밀한 구조와 선택이 있었기에,
이 공간이 지금까지도 존재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는 보이지 않는 지붕의 철강 구조가 있다.

철강은 단단하고 차가운 물질이다.
하지만 그 철강이 머금은 증기, 온기, 그리고 시간은
어느덧 따뜻한 기억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도 어느 시골 마을에선
누군가가 지붕에서 새어 나오는 김을 바라보며
“여긴 아직도 잘 돌아가고 있구나” 하고 말할 것이다.
그 말 한마디에 담긴 신뢰와 안정감,
그 배경엔 철강 기술이 조용히 버티고 있는 지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