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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장례식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마음 정리법 – 상실을 품고 살아가는 연습

 장례식은 끝났지만, 유족의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문다

장례식장에서 모든 절차를 마치고, 빈소를 정리하고, 유골을 모신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유독 조용하고 무겁다. 몸은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장례식장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사람이 많다. 고인이 머물던 방, 함께 쓰던 식기, 매일 보던 사진이 갑자기 의미를 잃거나 더 아프게 다가온다.

 

특히 장례식장에서 가족장 형태로 조용히 치른 경우, 고인과의 작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짧았기에 슬픔이 현실로 다가오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상은 기다려주지 않고, 직장, 집안일, 대인관계는 다시 시작된다.

이럴 때 유족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어떻게 이 감정을 정리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에 대한 현실적이고도 정서적인 가이드다. 이 글에서는 장례식장 이후 유족이 겪는 감정의 흔들림을 정리하고, 상실을 품은 채로 일상에 천천히 다시 녹아들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할게요.

 

장례식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마음 정리법

 

 

장례식 이후 유족이 흔히 겪는 감정 변화와 그 이유

 

1. 현실 부정과 공허감
→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에도,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고인이 살아있을 것 같은 착각이나 무의식적 기대가 남아 있다.
→ 고인의 전화번호를 지우지 못하고, 메모나 냉장고 속 물건 하나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정상적인 애도 반응이다.

2. 분노 또는 자책감
→ “그때 병원에 더 빨리 갔으면…”, “마지막에 말 한마디라도 더 해둘 걸…” 하는 자기비난이나 원망의 감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 이는 고인을 잃은 충격을 감정적으로 해석하려는 뇌의 자연스러운 방어 작용이다.

3. 주변의 무관심에 대한 실망감
→ 장례식장에서는 위로를 받지만, 장례가 끝난 뒤 며칠이 지나면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유족만이 슬픔에 머물게 된다.
→ “이제 좀 그만 힘들어해” 같은 말은 오히려 상실감을 고립시키는 표현이 될 수 있다.

4. 반복되는 감정 기복
→ 어떤 날은 괜찮다가도, 문득 고인의 물건을 보거나 음악을 들었을 때 슬픔이 밀려오는 감정 기복이 생긴다.
→ 애도의 감정은 직선이 아니라 물결처럼 오르내리는 흐름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장례식 이후, 마음을 천천히 회복하는 6가지 실천법

 

1.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안전하게 표현하기
→ 일기, 음성메모, 편지, 그림 등 고인을 향한 감정을 꺼낼 수 있는 방식을 찾자.
→ “괜찮다”는 말보다 “힘들다”, “보고 싶다”는 말이 때론 더 건강한 감정 소통이다.

2. 일상 루틴을 천천히 회복하기
→ 기존 일상(아침 산책, 일정한 식사, 운동, 청소 등)을 한 번에 다 회복하려 하지 말고, 하나씩 회복하자.
→ 루틴은 감정의 둑을 튼튼히 세우는 가장 기본적인 심리적 도구가 된다.

3.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공간 또는 시간 만들기
→ 고인의 사진, 유품, 좋아했던 음악 등을 모아 작은 추모 코너를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주 1회, 한 달에 한 번 정도 고인을 기억하는 시간을 정하면 애도의 시간을 구조화할 수 있다.

4.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감정을 털어놓기
→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 친구, 상담사가 있으면 회복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 “위로하려 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는 사람”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5. 고인의 삶을 돌아보며 의미를 정리하기
→ “아버지가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무엇이었는가?”
→ 이 질문은 단지 회상이 아니라, 슬픔을 ‘의미’로 전환시키는 애도의 기술이다.

6. 필요한 경우 전문가 상담을 받기
→ 한 달 이상 극심한 우울, 불면, 무기력, 대인기피가 지속된다면 **애도 반응이 아니라 애도 장애(Complicated Grief)**일 수 있다.
→ 정신건강복지센터, 호스피스 유가족 프로그램 등에서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장례식 이후 유족의 일상을 위한 현실적인 제안들

 

정서적 회복을 위한 가족 대화 추천 주제

“장례식장에서는 정신이 없었지만, 아버지 유품 중에 나눠 갖고 싶은 게 있어?”

“엄마가 항상 말씀하시던 식당, 다음 주말에 같이 가볼래?”

→ 이런 대화는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안전하게 꺼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날’이 올 때를 대비한 마음 준비법

첫 기일, 생일, 결혼기념일 등은 감정이 다시 고조되기 쉬운 시기다.

미리 가족끼리 “그날은 같이 식사하자”, “조용히 숲길 산책이라도 하자”는 식의 작은 계획을 세우면 감정적 충격을 줄일 수 있다.

 

고인을 추억하는 창의적인 방법 제안

손편지 쓰기 → 유골함 옆이나 수목장 옆에 편지 남기기

디지털 추모 앨범 만들기 → 가족 사진을 모아 클라우드 공유

고인의 이름으로 기부하기 → 추억을 사회적 선한 영향으로 확장

 

마지막으로 기억할 것

장례식장은 끝났지만, 애도는 삶 속에서 계속된다. 상실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지만, 함께 살아갈 수는 있다.
우리는 고인을 잊는 것이 아니라, 고인의 흔적과 함께 삶을 다시 세우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는것을 잊지마세요.